그 향이 알고 싶다 | 향조 탐구하기 2
안녕하세요. 초루짱입니다.
이제 어느덧 봄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어요. 꽁꽁 싸매고 있었던 점퍼와 코트를 벗고 한결 가벼운 옷차림으로 마음껏 향기 뿜뿜할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온 듯해요. 우리 구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옷차림과 어떤 향수를 선택할지 모르겠지만 센트진을 알고 있었던 구독자분들이라면 무조건 핫픽을 하실 거라 자부합니다!ㅎㅎ
오늘은 저번 회차에 다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할게요.
향기에는 발향 시간에 따라 탑, 미들, 베이스라는 구분이 있는 노트를 표현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 이유는 향기 분자가 시간에 따른 휘발도의 차이라 보시면 될 거라 했어요.
우리는 그 시간 사이에 어떤 노트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으니 그걸 하나씩 알아가 보기로 해요.
평소 향수에 관심이 많아 퍼퓸 피라미드(Perfume Pyramid) 혹은 향조문 을 관심 있게 본 분들이라면, 노트마다 반복되는 세부 노트들 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맞아요. 반복되는 위치의 노트들은 노트에 따른 원료의 휘발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탑 노트에 있는 노트 중 가장 언급되는 시트러스 노트들이 있어요. 시트러스 노트들은 절대 탑 노트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그 이유는 각 시트러스에 포함된 주요 물질인 리모넨(limonene)이라는 성분인데 분자량이 가벼워 빠른 시간 안에 발향이 되고 빠르게 사라지기도 해요. 반대로 베이스 노트에 자주 언급되는 머스크(musk) 노트들은 베이스 부분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 이유는 분자량이 무거워 오랜 시간에 걸쳐 발향이 되고 느리게 사라집니다.
이렇게 향기의 노트들은 분자량에 따라 혹은 증기압에 따라 나누어지는데 그 속에 어떤 노트들이 어떤 부분에 배치가 되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위의 표는 탑에서 시작하여 베이스로 흘러가는 세부 노트들을 표기했습니다. 가장 윗부분이 탑 노트겠죠? 이러한 구분은 어떻게 하는지 이제 알려드릴게요.
1. 탑 노트(Top note) : 향기의 첫인상 부분
말 그대로 탑 노트는 향기를 나타내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향취가 가볍고 휘발성이 높은 원료들이 배치되며, 지속시간이 1시간 이내로 발향이 됩니다. 특히 시트러스 계열이나 허브(herb) 계열이 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시트러스 오일의 주성분인 리모넨(limonene)이 있는데요. 리모넨이라는 성분이 휘발이 잘 되고 향취가 상쾌하다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리모넨을 주성분으로 가지고 있는 시트러스 노트들이 탑 노트에 주로 배치가 되며, 시트러스 노트 이외 허브 계열의 대표적인 로즈마리나 라벤더 같은 경우는 로즈마리의 테르펜(terpenes), 라벤더의 리날룰(linalool)이라는 성분이 탑 노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를 포함한 내추럴 원료나 아로마케미컬은 탑 노트에 쓰인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2. 미들 노트(Middle note) : 향기의 핵심 부분
미들 노트는 탑 노트의 향취가 날아가 그 뒤로 찾아오는 향기입니다. 미들 노트는 향기를 구성하는 뼈대가 되는 부분이며, 조향사들의 스킬을 마음껏 뽐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꼭 알아야 할 것은 탑 노트가 완전히 사라져서 끊어진 미들 노트의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라, 탑 노트의 향기가 점점 약해져 미들 노트와 이어지는 향기 라 생각하셔야 합니다. 보통 향기를 만들 때 중심이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2~3시간의 지속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알콜(alcohols)이나 알데하이드류(aldehydes)의 원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들 노트에는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플로랄 구성이 대부분인데요. 그 이유는 알콜이나 알데하이드류의 향취 들이 대부분 플로랄의 향취를 가지고 있어요. 내추럴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은 아로마 케미컬을 사용하고 있으며 간혹 두 개 이상의 원료가 합쳐 또 다른 플로랄 노트를 생성하기도 해요.
3. 베이스 노트(Base note) : 잔향 부분
베이스 노트는 임팩트를 나타내줄 수 있는 향기가 날아가고 남은 깊고 무거운 향기가 대부분입니다. 주로 머스크, 우디, 앰버, 스위트 노트들이 배치되며, 4시간에서 하루 동안 향기가 남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케톤(ketones), 락톤(lactones)류의 원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추럴로 구성할 수 있는 부분은 우디와 발사믹이며 그 이외 머스크와 앰버는 대부분 아로마 케미컬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베이스 노트의 부분은 거의 잔향이 남기 때문에 별다른 특징은 없으나 미들 노트와 연관되어, 어떻게 향기를 지속시켜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향수의 기본 정보라 할 수 있는 퍼퓸 피라미드를 참고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향 혹은 노트가 무엇인지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향수의 퍼퓸 피라미드를 참고하는 방법은 브랜드사의 공식 홈페이지나 프래그런티카(www.fragrantica.com)를 검색하면 될 거예요. 퍼퓸 피라미드를 통해서 브랜드사 들은 마케팅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 향수의 특징은 무엇을 사용했다 혹은 이 노트와 저 노트가 합쳐서 지속성이 길다는 문구를 보셨을 거예요. 퍼퓸 피라미드를 통하면 맡아보지 않아도 조금이나마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퍼퓸 피라미드는 대체로 탑, 미들, 베이스의 배합비 면적으로 나타내어 삼각형 모양이 되었지만 근래의 향수들은 전통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니치퍼퓸(Niche Perfumes)이나 분자향수(Molecule Perfumes) 경우는 특정 노트를 표현하기 위해 배합이 많아지거나 어떤 특정 부분이 없는 형태로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 트렌드로 비추어 보자면 탑 노트의 비중보다는 베이스 노트의 비중이 많은 향수들이 출시 되고 있으며, 베이스 노트 부분이 많으면 다른 향수들과 레이어링하기 쉽고 지속적으로 향기가 일정한 향수가 되는 특징을 가질 수 있어요. 제가 레이어링의 팁을 드리자면 가장 좋은 방법은 위아래 근처의 노트로 레이어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A라는 탑 노트가 많은 시트러스 성격을 가진 향수와 B라는 미들 노트가 많은 플로랄 성격을 가진 향수가 레이어링하기가 좋아요. A라는 향수에 C라는 머스키 하거나 우디스러운 향수를 레이어링하게 된다면 향취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같은 노트 성격의 향을 레이어링한다면 보다 더 자연스럽게 결합된 향취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퍼퓸 피라미드는 향수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아요. 모든 정보를 표현하려고 한다면 단순하게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 카페 글에서 “그레이프프룻을 좋아하는데 A라는 향수에는 좋지만, B라는 향수에는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라는 글을 봤습니다. 그 이유는 퍼퓸 피라미드 상에서는 단지 그레이프프룻이라는 정보를 기재했지만, 실제 천연오일을 사용했는지 자몽 향취를 가진 아로마 케미컬을 썼는지 소비자들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조향사들은 퍼퓸 피라미드에는 그레이프프룻이라는 노트만 기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천연 혹은 케미컬에 따라 후각 반응의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향수에 적은 양을 사용했지만, 조향사가 이 노트는 꼭 나타내주고 싶다면 표기하기도 해요. 이처럼 100% 정확한 정보는 아니라 소비자가 봤을 때 어느 정도의 향수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정도라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향수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세부 노트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습관입니다. 정보를 모르고 단지 향기만 맡고 픽(pick)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트가 무엇인지 알고 미리 참고해서 향수를 구매한다면 아마도 효율적인 선택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과 사용하는 환경에 고려해서 선택하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센트진 여러분들은 현명한 선택을 하실 거라 저는 믿습니다.^^
이렇게 해서 기본적인 퍼퓸 피라미드인 향조 정보에 대해 마무리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