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향기 | The Whale

당신은 자신만의 고래를 만나셨나요?

고래

  • 장소 : The Whale
  • 홈페이지 : The Whale

 


 

22톤의 고래가 500kg의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고래의 몸무게는 몇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 입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대사야. 극 중에서 우영우는 자신의 방을 고래 캐릭터로 가득 채우고 고래에 대한 지식을 모두 섭렵하고 있을 정도로 고래를 사랑해. 위에 대사에서 나왔듯 고래는 새끼를 뱃속에서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류야. 바다에 사는 포유류라는 점에서 고래는 매우 특이한 종으로 여겨지지.
아마도 우영우가 고래를 좋아하게 된 것도 바로 고래의 남다름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래

 

꿈결처럼 고요한 때가 있다. 평온한 가운데 아름답게 반짝이는 해수면을 바라보다가 그만 그 아래 호랑이의 심장이 헐떡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을 때, 벨벳 같은 앞발에 무자비한 발톱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 할 때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관해 숙고하다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게 된다. 우리가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일부에 해당한다고, 우리가 진정으로 세계에 속한다고, 우리가 우주와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믿게 된다.
따라서 그런 세계가 결코 우리를 해칠 리가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런 믿음을 가졌다가는 갑작스러운 충격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가 전체의 일부라는 몽상에 빠져 있다가는 우주적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벨벳처럼 보드라운 호랑이의 앞발에 매료돼 그 속에 무자비한 발톱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소설 <모비딕> 중에서

소설 모비딕
@MOBY-DICK

 

우영우 이전 아주 유명한 고래 덕후(?)가 한 명 더 있어. 바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에어허브 선장이지. 그는 평생 고래를 쫓아다녀. 자신의 한쪽 다리를 뺏어간 고래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고래 사냥하러 나서지. 그에겐 바다란 겉으로 보기엔 매우 평화로워 보이지만 언제든 나를 집어삼킬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지. 그에겐 세상이란 사실 그런 존재였어.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저항하지.
사실 모비딕에 나오는 고래 역시,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다 깊은 곳에서 수압을 이겨내며 자신만의 체온을 유지하는 단단한 생명체를 상징하기도 해. 둘은 어쩌면 서로 닮았을지도 모르겠어.

 

웅고와 분홍돌고래
@웅고와 분홍돌고래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고래 덕후를 소개해 보려 해. 분홍돌고래를 애타게 기다리는 웅고야. <웅고와 분홍돌고래>라는 동화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세상의 모든 문화>라는 뉴스레터를 통해서였어. 아래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을 그대로 옮겨볼게.

 

《웅고와 분홍돌고래》에 등장하는 인물 웅고와 악어, 그리고 (강아지처럼 보이는 까만) 하마는 분홍돌고래를 보러 가기로 한다. 이들에게 분홍돌고래 보러가는 일은 대단한 ‘축제’이면서 동시에 일상적인 ‘놀이’이다. 하지만 웅고와 친구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분홍돌고래를 만나지 못했다. 기다리는 건 심심한 일이다. 그래서 웅고는 나뭇잎 멀리 던지기 놀이를 하거나 숲의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게 된다. 개미핥기, 물총새, 긴팔원숭이 등도 눈에 띄고 두 손을 물에 담가 보기도 하고,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분홍돌고래만 기다렸을 때는 지루했지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니 세상 천지가 놀잇감이다…

“오늘은 분홍 돌고래를 볼 수 있겠지?” 생각하며 하마, 악어와 함께 늪에 도착한 웅고. 기다리는 일이 지루했던 하마와 악어는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웅고는 분홍돌고래를 기다리면서 세상을 마주하고,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웅고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기다리던 분홍 돌고래를 보지 못해 실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분홍돌고래는 우리에겐 낯선 동물이다. 그렇지만 아마존 강 유역에서는 상징적인 동물이라 한다.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학자들 사이에서도 직접 보는 것이 대단한 행운이라고 할 정도로 더욱 귀해졌다. 2003년 돌베개에서 출간된 책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에도 나온다. 남미에서는 신비스러운 신화적인 동물이다.

어쩌면 웅고가 평생 기다려도 분홍돌고래를 못 볼 수 있었다. 그 대신 웅고는 평소에는 경험하기 힘든 고요 속에서 새로운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웅장하게 펼쳐진 자연 속에서 새롭고 특별한 것들을 찾아내었다. 기다림에 지쳐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끌림을 발견했다.

결국 웅고가 분홍 돌고래를 진짜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웅고와 분홍돌고래
@웅고와 분홍돌고래

 

2026년 상반기.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박물관이 노르웨이에 생길지 모르겠어. 이주하는 고래가 자주 목격되는 해안 근처에 설립하기 위해 지금 열심히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하거든.

 

노르웨이 고래 관찰 박물관 건축물 'The Whale'
@thewhale.no

 

만약 센티는 실제 고래를 보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아? <모비딕>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우리는 우리의 욕망에 따라 자신만의 고래를 만나게 될지도 몰라. 어쩌면 웅고처럼 이미 우리는 고래를 본 것일 수도 있고…

 

《모비딕》에서 에이허브 Ahab 선장은 화려한 그림이 새겨진 금화를 중간 돛대에 못으로 박아 놓은 다음 자신들이 찾고 있는 고래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금화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금화와 금화에 새겨진 그림을 주의깊이 들여다보는데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금화에 새겨진 것을 본 게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익숙하게 길들여진 것을 본 셈이다. 우리도 바로 그처럼 세계를 바라본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본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바람과 두려움과 관심과 집착이 투영된 결과물을 볼 뿐이다.

– 책 <왜 살아야 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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