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향기 | 다저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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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 새해에 새로운 결심을 한 거 있어? 25년의 첫 달도 어느덧 끝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센티의 새해 계획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해.
부끄럽게도 나는 이미 작심삼일로 끝 맺었거나 아직 첫 시도조차 하지 못한 새해 결심이 벌써 한가득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평소에도 미루기를 참 잘하는 편이지. 그래서 결심한 바를 즉시 실행하고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정말이지 부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어. 사실 위대한 일들을 해낸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이기도 하고.

야구계엔 계획형 인간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선수가 한 명 있어. 바로 오타니.
박찬호, 류현진 선수가 활약하기도 했던 LA 다저스 소속 선수로 지난해 50-50(홈런과 도루 모두 50개 이상)이라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을 세우면서 만장일치로 시즌 MVP로 뽑힌 대단한 선수지.
그런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하게 되었을 때 화제가 되었던 표가 하나 있어. 지금의 그를 있게 해주었다는 평가와 함께 말이지. 그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작성했다는 만다라트 계획표. 그럼 잠깐 살펴볼까?

오타니의 최종 목표는 ‘8구단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었어. 이를 위해 몸만들기, 제구, 구위, 스피드, 운 등 여덟 가지 세부 항목을 설정했고.
오타니에게 만다라트 계획표를 알려준 건 고등학교 야구부의 사사키 히로시 감독이었어.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만다라트 계획표를 직접 작성하도록 지도했다고 해. 하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하나 더 있어. 계획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 “남 탓을 하지 않는 것”.
그의 대답은 ‘감독은 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알려준다는 것이다. 부원들이 각자의 인생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스스로 세우도록 독려한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면서 “아이들 머릿속에서 남 탓하는 생각을 없애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책하라는 게 아니고, 자기주도적인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책 <나는 왜 꾸물거릴까?>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서는 남 탓을 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남 탓을 하는 것은 마치 인생에서 자신의 통제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동과 같다는 거야.
그렇다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루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비난할 필요는 없어.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다음 대안을 모색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야.
내가 행동하지 않은 이유를 남이나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 사람이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탓하는 것이다. 이때 할 일을 못 하게 만든 방해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된다. 일을 미룬 선택에 대한 권한을 남에게 넘김으로써 나는 면죄부를 얻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표현이 반복되면 자신은 일상의 여러 상황 속에서 권한을 잃고, 결과적으로 기분파이며 매사 추진력이 부족한 사람이 되고 만다… 생각, 행동, 나아가 습관을 관장하는 권한자는 오직 ‘나’다. 일이 잘 풀릴 때나 고난 길일 때나,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느껴야 문제 해결을 할 심리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자기를 채찍질하는 자책과는 다르다. 오히려 일을 미루기로 선택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대범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오늘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일 몇 시에 일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통제감의 일부분을 회복할 수 있다. 꾸물거린 나의 모습에 대한 판단이나 부정적인 평가는 불필요하다.
책 <나는 왜 꾸물거릴까?> 중에서
책 <나는 왜 꾸물거릴까?>는 어떻게 하면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내가 꾸물거리는 이유를 스스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학 책에 가까워. 실행력과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 현재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책의 목표야. 즉, 남 탓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거지.
책에서는 일을 미루거나 쉽게 중도 포기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알려줘. 1. 일에 필요한 노력의 총량을 축소하는 ‘비현실적 낙관주의’, 2. 자신을 불신하고 자기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자기 비난’, 3. 욱하는 마음에 일을 미루는 ‘저항성’, 4. 기준이 너무 높아서 실제로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완벽주의’, 5. 새로운 도전은 잘 하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중도 포기해버리는 ‘자극 추구 성향’. 읽으면서 특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구절을 아래에 옮겨와 봤어.
기존에 하던 일을 미루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우선, 자극 추구 성향의 사람들이 잘 참지 못하는 권태감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은밀한 만족감이 든다. 답보 상태의 현재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뭔가 했다는 느낌이 든다. 기존에 하던 일은 미룬 셈이지만, 재출발한다는 생각에 나름 뿌듯하고 초조함이 사라지며 안도감도 든다. 무엇보다 흥미가 떨어진 일을 안 해도 된다는 강력한 이점이 있다. 그러나 내면의 목소리로부터, 내가 그 일을 하려는 진정한 동기와 의미를 발견했다면, ‘나는 게으르다, 능력이 부족하다, 시간도 없고 피곤하다’와 같은 변명들에 쉽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 무턱대고 재촉하지 않는 현명한 자제력이 필요하다…
특히 나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목표가 될수록 포기는 빨라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하지 않았으니 나는 무능하지도 않다. 내가 유능한지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상태로 머무를 수 있다. 변화에 도전하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꾸물거리고 후퇴하면 확실히 안전하다.
책 <나는 왜 꾸물거릴까?> 중에서
가만, 미루지 않기 위해 솔직해 진다는 거, 결국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내가 진짜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일이 무엇 인지를 발견하는 과정과 똑같잖아? 어쩌면 내가 자꾸만 일을 미루었던 건, 내가 좋아한다고 믿었던 일들이 실제로는 그러지 않을까 혹은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될 까봐 두려웠던 까닭은 아니었을까?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상황 분석만큼 해결 능력의 권한자인 자신의 스타일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주어진 과제를 미루지 말고, 차근차근 해보자는 원칙이 나의 내적 통제 시스템과 유의미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내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을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교도관이 아닌 내면의 관찰자가 되어 이런 중요한 질문에 답해보자…
꾸물거림을 해결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미 나에게 있는 것을 불러내는 것이다. 꾸물거림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행동 변화로 이어진다. 그러면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변화는 ‘자기와의 대화(self-talk)’에서 나타난다.
책 <나는 왜 꾸물거릴까?> 중에서
이 일에 당신이 계속 매달려야 할지를 말해주는 가장 좋은 기준은 바로 당신이 그 문제를 흥미롭게 생각하는가 입니다. 이 기준은 얼핏 너무 주관적인 기준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기준입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그 일이 중요한지를 당신 보다 더 잘 판단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 그 일에 흥미를 느끼는지 보다 그 일의 중요성을 말해줄 더 나은 무언가가 있을까요?
하지만 이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야 말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매 순간의 판단에 있어 당신은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합니다.
폴 그레이엄 – 최선을 다한다는 것 <newspeppermint>

야구 경기를 때로는 인생의 축소판에 비유하기도 해.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 타자가 없듯이 실패를 겪지 않는 삶은 있을 수 없다는 비유도 곧 잘 쓰이지. 보통 3할 이상의 타율을 훌륭한 타자의 기준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는 반대로 열 번 중 일곱 번 가량은 실패했다는 얘기도 되거든. 만다라트 계획표 만큼 화제가 되었던 오타니의 고등학교 인생 계획표만 보더라도 그의 계획이 온전히 시행된 건 열 네 개 중 오직 하나 뿐이라는 분석이 있어. 물론 뒤 늦게 성공한 것까지 하면 아홉 개 이긴 하지만, 그건 뭐 오타니이니깐.😂
가장 중요한 건 실패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 인 것 같아. 우린 새로운 결심과 행동을 통해 더 풍부한 선택지를 얻을 수 있으며, 변화를 통해 내 자신과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될 거야. 그것도 매우 진솔하게..

“10번 중 7~8번은 상황에 맞춰 꾸물거릴 수 있어요. 그렇게 지내는 게 더 행복한 사람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러다가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거나, 미뤘던 청소를 먼저 했다는 식의 행동을 했다면, 거기에 의미를 둬보세요. 내게 또 다른 선택지가 생기는 걸 즐기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 교수는 변화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어요. 변화는 어떤 것으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선택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죠.
“변화는 한 번에 A에서 B로 바뀌는 게 아니에요. 그건 대체죠. 그보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Change is not a replacement but an addition(변화는 대체가 아니라 더함이다).
변화는 어떤 상황에서 내가 하던 행동이 A라면 A1을 추가하고, A2를 추가하는 것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