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티크 DIPTYQUE
발음기호는 [diptik]. 디쁘띠끄라고 들리는데요,
우리나라에선 “딥디크”라고도, “딥티크”라고도 합니다.
남성형 명사로, 고대 로마에서 2장 접이의 서판(書板), 미술에서는 2장 접이의 그림, 또는 (문학 작품 따위의) 2부를 비유하기도 해요.
파리 생제르맹 34번가의 딥티크 첫 매장은 두 장의 그림이 한 개의 작품을 이루는 두폭화(diptych) 처럼, 같은 크기의 창문이 두 쪽의 도로에 각각 나 있었다고 합니다. diptyque 라는 이름은 거기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습니다.
Diptyque의 탄생
이브 쿠에랑 Yves Coueslant, 크리스티앙 고트로 Christiane Gautrot, 데스몬드 녹스-리트 Desmond Knox-Leet.
이름만 들어도 예술 냄새 폴폴 풍기는 세 명의 친구가 딥티크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브 쿠에랑 은 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그는 1926년 파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베트남에서 보냈습니다. 아버지가 은행의 법률 부문을 담당하는 변호사였거든요.
이브가 아버지의 뜻대로 법률가의 길을 걸었다면 딥티크는 없었을 지도 모르죠.
그런데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따르지 않고, 그는 예술의 길을 택했어요.
유명 디자이너 폴 프레체 Paul Fréchet 와의 인연으로 인테리어 디자인과 무대 장식에 빠지게 되었고, 그 후에도 극장 투어 가이드, PR, 프롬프터, 심지어 연기까지 손댔으니, 그의 다재다능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딥티크 창업 제안을 했던 것도 이브 쿠에랑이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창업 비용까지 빌리면서 나머지 두 친구에게 창업을 제안해서, 1961년 파리 생 제르맹 34번가에 매장을 열게 되었죠.
함께 하기
크리스티앙 고트로 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다고 합니다. 직접 모자, 인형, 태피스트리까지 만들었을 정도였죠.
명문, 파리 국립 장식 미술학교(ENSAD, 파리 아르데코) 출신으로, 그녀는 딥티크를 시작할 때 이미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데스몬드 녹스-리트 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블레츨리 파크 Bletchley Park 에서 코드 브레이커로 일했고, 이후엔 프랑스로 와서 그림을 그리다가, 1959년 크리스티앙과 함께 패브릭과 벽지를 디자인해서 팔게 되었어요.
유명 패브릭 회사에 납품될 정도로 나름 유명했던 그들은 이브 쿠에랑을 소개 받고, 함께 하기로 결심합니다.
패브릭에서 캔들로
사실 딥티크는 처음에 향수가 아니라 패브릭 사업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당시 프랑스 상류층은 벨벳이나 실크를 선호해서, 면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너무 앞서간 경향이 있었죠. 그래서 2년 동안 재정적으로 큰 압박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매장을 장식했던 소품들이 꽤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어요.
딥티크는 방향을 틀어 패브릭과 함께 전 세계에서 수집한 오브제와 장식품들을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바뀝니다.
당시엔 편집숍이라는 개념 자체가 새로워서 딥티크는 패션 매거진과 가이드북에서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았어요.
그러던 중, 의외의 돌파구가 캔들에서 찾아왔습니다.
잘 팔리던 영국식 포푸리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한 딥티크의 캔들은 출시되자마자 인기였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이면서 고급스러운 향이 파리지앵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거죠.
딥티크의 향수 사업
캔들의 성공 이후, 딥티크가 향수 사업에 뛰어든 건 1968년이었습니다.
데스몬드가 재정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친구들을 설득했고, 딥티크 최초의 향수 “로 L’eau”가 탄생했습니다.
이후 출시된 “로트르 L’Autre”, “ 로 트루아 L’Eau Trois”가 모두 성공한 후, 딥티크는 향수에 전념하기로 하죠.
섹스 앤 더 시티
딥티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덕분이었습니다.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가 딥티크의 베이(Baies) 캔들을 사용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이 브랜드가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거죠. 그 후로 딥티크는 글로벌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딥티크의 철학
딥티크는 언제나 ‘자유로움’과 ‘진정성’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소비 트렌드에 맞추기보단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향수를 만들고, 향수는 한 번 만들어지면 평생 생산하죠. 상업적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에요.
딥티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런 철학에 있지 않을까요?
딥티크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그들의 가치는 여전히 변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진정성 있게’
그래서 더욱 “멋스럽다” 라고,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2005년 런던의 사모 펀드 만자니타 캐피털(Manzanita Capital)에 인수되어, 2007년부터는 이브 생로랑을 맡았었던 파비엔 모니(Fabienne Mauny)가 브랜드에 합류합니다.
그녀는 창업자들의 예술적 감성과 자유로움을 유지하면서도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확장하며 단순한 향수 브랜드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딥티크는 매번 새로운 모험을 하는 중입니다.
마치 이브 쿠에랑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면서도 결국 자신의 길을 찾은 것처럼,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있는 브랜드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플레르드뽀 Fleur de Peau
플레르드뽀는 그리스 신화 속 프시케와 에로스의 전설적인 사랑으로 태어난 쾌락의 여신 헤도네 Hedone 에게 바치는 향입니다.
향수의 중심에는 아이리스와 머스크가 있는데, 이는 따뜻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살결의 느낌을 연상시킵니다.
‘피부의 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촉각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르페옹 Orphéon
딥티크 창립자들이 자주 방문하던 1960년대 파리의 오르페옹 바 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입니다.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던 오르페옹에서 그들은 담배 연기와 술, 그리고 바의 나무 장식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즐겼다고 해요.
통카빈과 시더우드, 자스민, 주니퍼 베리를 주요 노트로 사용해, 그 시절 파리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예술적 열정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향수입니다.
도손 Do Son
도손은 이브 쿠에랑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만든 향수입니다.
이브는 어린 시절 베트남의 도손에서 보낸 여름 을 기억하며, 바닷가 마을의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함께, 튜베로즈의 풍성한 꽃향기를 담아냈습니다.
생제르망 34 34 Boulevard Saint Germain
딥티크의 첫 번째 부티크가 위치한 파리의 생제르맹 거리 34번지 에서 이름을 따온 향수입니다.
샌달우드, 바닐라, 핑크 페퍼콘 노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딥티크 매장을 방문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풍부한 향의 레이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롬브르 단 로 L’Ombre Dans L’Eau
딥티크 세 창립자는 절친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디도 머윈 Dido Merwin 입니다.
어느 날 그녀는 장미와 블랙커런트가 함께 나는 냄새에 완전히 매료되어 데스몬드에게 이야기하고, 이 상쾌하면서도 녹음이 가득한 자연의 풍경을 그려내는 향이 탄생하게 되죠.
롬브르 단 로는 ‘물속의 그림자‘ 라는 이름처럼, 물가의 장미 덩굴이 생각나는 향수입니다.
필로시코스 Philosykos
필로시코스는 딥티크의 창립자들이 그리스에서의 여름휴가 중 경험한 무화과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무화과 열매는 물론이고, 잎, 나무껍질, 그리고 태양 아래 따뜻하게 익은 무화과의 달콤한 향까지, 무화과나무가 가진 모든 부분의 향을 담은 향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