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향기 | 종묘

어쩌면 우리는 상황에 매몰되어 우리의 좋은 가치는 잊어버리고, 좋지 않은 가치만 투덜대며 살았던 건 아닐까?

종묘
@궁능유적본부

 


 

책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읽어본 센티 있어? 우리나라에서 꽤 호응이 좋았던 자기 계발 도서였기에 분명 읽어본 센티도 많을 것 같아. 저자 ‘마크 맨슨’은 “진정한 의미의 ‘자기 계발’은 더 나은 가치를 우선하는 것이며 더 나은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라고 말해.

 

좋은 가치란, ① 현실에 바탕을 두고 ② 사회에 이로우며 ③ 직접 통제할 수 있고,
반면 나쁜 가치는 ① 미신적이고 ② 사회에 해로우며 ③ 직접 통제할 수 없다
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어.

 

그런 그가 얼마 전 한국에 와서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갔다고 해. 아쉽게도 유튜브 영상의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였다(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 였어.

 

 

그는 “한국인은 유교적 기준으로 끊임없이 평가받는 데 문제는 그 와중에 개인적 성과를 내라는 압박도 받는 것” 이라면서 “한국은 불행히도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은 남겨두고 가장 좋은 부분인 가족·지역사회와의 친밀감은 버린 듯하다” 라고 말했어.
또 “자본주의 최악의 측면인 물질주의와 생활비 문제를 가진 반면, 가장 좋은 부분인 자기실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 라면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충하는 가치관의 조합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본다” 라고 덧붙였다고 해.

 

책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폐쇄적인 유교문화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있었어. 유교는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무엇인가로 여겨졌던 것 같아.
마크 맨슨의 지적 중 흥미로운 부분은 유교의 장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는 거야. 그리고 우리가 그 장점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거지.

바로 “가족 및 공동체의 친밀감”이야.

 

종묘
@궁능유적본부

 

우리나라에서 유교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를 잡은 건 조선시대의 건국이념으로 “유교”를 앞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아. 유교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 바로 “종묘”이지.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혼을 모시는 곳이야. 왕의 시신은 왕릉에, 그 혼을 모신 신주(위패)를 놓고 기리는 곳이 바로 종묘였던 거야. 유교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 그중 종묘의 중심이 되는 곳은 바로 “정전”이야. 치적이 높았던 19명의 왕이 모셔져 있어.

 

정전(正殿)은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난 후 궁궐에서 삼년상(27개월)을 치른 다음에 그 신주를 옮겨와 모시는 건물로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된다. 정전은 ‘세실’과 ‘조천’의 예에 따라 ‘세실’로 지정된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셨다. 정전 마당으로 들어가는 문은 세 곳에 있다. 남문은 신문(神門)으로, 혼백(魂魄)이 드나드는 문이다. 동문으로는 제례 때 왕과 제관들이 출입하고 서문으로는 악공과 춤을 추는 일무원 등이 출입한다. 건물 앞에 있는 가로 109m, 세로 69m의 넓은 월대는 정전의 품위와 장중함을 잘 나타낸다. 월대 가운데에는 신문에서 신실로 통하는 긴 신로가 깔려있다. 정전은 1985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 문화재청 홈페이지 설명 중

 

정전
@궁능유적본부

 

정전은 특히 압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외관으로 유명해. 그 장엄함에서 우러나오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특히 사랑했던 건축가가 있어. “구겐하임 뮤지엄”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프랑크 게리야.
그가 “종묘”를 보기 위해 가족들과 서울에 방문했던 일화는 유명하지. 그는 “이같이 고요한 공간은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들다.” 며 건물이 주는 압도적 감정을 파르테논 신전을 보았을 때와 비교하기도 하였어.

 

종묘
@궁능유적본부

 

어, 그러고 보니 우리 “유교”도, “종묘”도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고 있잖아?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상황에 매몰되어 우리의 좋은 가치는 잊어버리고, 좋지 않은 가치만 투덜대며 살았던 건 아닐까? 어떤 문제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잠시 우리는 그 문제와 조금 멀리 떨어져서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만약 센티에게 무언가 잘 해결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있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살짝 물러서서 조망하듯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 꼭 종묘가 아니더라도 센티에게 고요함의 영감을 줄 수 있는 어느 곳이라도 주말에 방문해 보길 바랄게!!

 

종묘
@궁능유적본부

 

여기에는 예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술은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떨어뜨려 놓기 때문이다. 미적 현상으로서의 세상은 여전히 견딜 만하며 예술은 세상은 물론 우리 자신까지 미적 현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예술은 우리 자신을 멀리 위에서 바라보는 법, 우리 자신을 보면서 울고 웃는 법, 열정적으로 지식을 좇느라 놓친 영웅과 바보(특히 바보)를 찾는 법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만물에 행사할 수 있는 우리의 자유를 잃지 않기 위해” 예술을 필요로 한다. 또한 예술은 우리가 도덕 위에 서 있을 수 있도록(더 정확히는 도덕 위를 떠다니며 놀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삶은 사실상 권력 의지의 표출이다. 따라서 우리는 삶을 의무나 운명이나 사기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실험의 장으로 여기는 가운데 즐겁게 살아가야 한다.

책 <왜 살아야 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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