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향기 | 윤동주 문학관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문학관
@jfac_yoondongju

 


 

태극기

 

8월 15일은 제79주년 광복절이었어. 8월이 되면 으레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되짚어 보는 TV 프로그램들이 방영하곤 해. 덕분에 우리는 잊고 지냈던 그분들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지난 월요일 JTBC ‘톡파원 25시’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였어. 오늘 우리도 윤동주 시인의 공간을 찾아가 보려 해.

 

윤동주 문학관
@jfac_yoondongju

 

윤동주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야. 하지만 적극적인 항일 투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독립운동가의 명단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해.

그러나 2010년 일본에서 열린 윤동주 관련 재판문이 공개되면서 이러한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그라지게 되었어. 윤동주 시인은 재판관들 앞에서 대한 독립의 정당성을 단호히 외쳤으며 일본의 패망을 바란다는 그의 소망을 말하길 서슴지 않았다 고 해.

 

윤동주 문학관
@jfac_yoondongju

 

그가 재판에서 보여준 단호한 모습과는 다르게 그의 시에는 항상 부끄러움, 망설임, 미련, 고뇌의 감정 들이 가득 담겨있어. 특히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부터 발생하는 고뇌의 감정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그의 시 <길>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어.

 

윤동주 길

 

시가 쓰여진 시대 배경을 생각한다면 그가 잃어버렸다고 표현한 것은 ‘조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어. 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시가 우리에게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 받는 이유는 그의 시는 특수한 시대 상황을 넘어 우리의 보편적 감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 일 거야.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또 그것을 그리워하는 것.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 중 하나인 것 같아. 마침 몇 주 전 뉴스레터 <xyzorba>에서 잃어버린 것에 관한 사색이 담긴 글이 발행이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그 글을 읽고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어.

 

문득 그런 날이 있다.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느껴지는 날. 분명 내 손에 있었던 것이 어느 사이에 사라졌다는 걸 깨닫는 날. 어디에 두고 온 지도 알지 못해서 그저 허망하게 빈 손을 부비는 날. 정작 잃어버린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어렴풋한 날. 분명 별 것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해 봐도 결국 쓸쓸해지는 날. 그런 날이면 배가 고프지 않는데도 괜히 허기가 지고 옷을 입고 있는데도 헐벗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알 수 없는 서글픈 마음만이 안개처럼 내 주위를 맴돌았다.

 

한 번은 어느 뮤지션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앨범을 낼 때마다 음악이 점점 성숙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첫 앨범을 냈을 때와 가장 최근의 앨범을 냈을 때, 그 사이에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얻게 된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질문에 그는 탄식하며 대답했다. “저는 이 질문이 되게 슬프게 느껴졌어요. 저는 나아진 것보다 잃어버린 것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인가 봐요. 글쎄요. 잃은 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일일이 다 말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잃은 만큼 정확하게 채워진 느낌이에요. 그게 아마 변한다는 거겠죠.”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지만, 내 머릿속에는 ‘잃은 만큼 정확히 채워졌다’라는 문장이 맴돌고 있었다.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사이에 나의 삶은 계속 흘러간다. 나는 그 사이에서 겨우 균형을 맞추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잃은 만큼 정확히 채워진다.‘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내 곁을 맴도는 서글픈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는 듯하다.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 기사 원문 )

 

윤동주 문학관

 

책 <현대사상 입문>에서 저자는 미련에 찬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야말로 ‘어른’ 이라고 말해. 그러고 보니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모든 가능성에 대하여 상냥함을 잃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미련은 우리가 타인에게 그리고 내 자신 스스로에게 친절해질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

 

윤동주 시인 또한 미련과 회환으로 점철된 고뇌의 시간을 견디며 어떤 순간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었던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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